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관찰해보면 파의 높은 부분, 즉 마루를 이루는 곡선이 그 형태를 조금씩 바꾸면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동의 마루를 이어준 곡선, 즉 파면이 시간에 따라 그 다음 파면을 형성하는 원리는 17세기의 호이헨스(C. Huygens)에 의해 발견되었다. 원래 호이헨스는 빛의 전파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 원리를 도입하였다. 즉 빛을 파동으로 보고 빛의 굴절의 법칙과 반사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었다. 호이헨스 원리는 파면의 각 지점들이 새로운 구면파를 발생시키는 파원이 되고, 무수히 많이 생기는 이 구면파가 겹쳐서 만드는 그 포락선이 그 다음 파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sim
호이헨스의 원리에 의한 구면파의 전파_ 점의 파원에서 나오는 파면이 그 다음 파면을 형성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녹색의 굵은 선으로 표시한 파면의 무수히 많은 점들이 또다른 점파원이되어 각각 붉은 색조의 2차 파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2차 파면이 많이 중첩된 끝자락에 새로운 파면이 형성된다.
위 그림에서 굵은 녹색으로 표시한 파면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면의 각 지점이 무수히 많은 구면파를 만들어서 이것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원을 그리면서 커져가고 있다. 이때 이 구면파의 바깥쪽 포락선이 바로 다음 파면을 계속해서 형성한다.
호이헨스 원리는 임의의 모양의 파면이 그다음 파면을 형성하는 형태를 추측하거나, 파동이 진행속도가 다른 지역으로 들어갈 때 굴절하는 양상이나 회절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기는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점 파원은 사방으로 동일한 세기의 파동을 만드므로 파면의 진행방향에 반대되는 방향으로의 파동도 생겨나야 하나 이러한 것은 관측할 수 없다.
파동의 운동방식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던 19세기에 이르러서 프레넬(A. J. Fresnel)과 키르히호프(K. Kirchhoff) 등이 파동방정식을 이용하여 더 엄밀한 방법으로 호이헨스 원리를 검증할 수 있었다. 이를 호이헨스-프레넬-키르히호프 원리라고 한다. 이 원리는 진작의 파면의 진행방향과 이루는 각도(θ)에 따라 파의 세기가 다르다는 것 말하고 있다. 파면이 형성하는 파원은 구면파를 만들어 내기는 하지만 파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장 강하고 그 반대 방향으로는 진폭이 0 인 파동을 만들어 낸다. 그 상대적인 파동의 세기는
으로 표현된다.
graphic
호이헨스 원리의 수정원리_파면에 수직한 방향으로의 2차파가 가장 강하다는 프레넬-키르히호프의 법칙을 보여준다.
비록 호이헨스 원리가 근사식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진행방향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방향으로의 파동의 세기는 거의 대등하므로 굴절, 반사, 간섭, 회절 등의 파동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호이헨스 원리(호이헨스-프레넬-키르히호프 원리)를 충실히 따라서 그 다음의 파면을 형성시켜서 이를 화면에 효과적으로 나타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화면에서 '시작' 버튼을 눌러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보자. 녹색의 굵은 곡선은 한 순간의 파면을 나타낸다. 이 파면의 각 지점들이 만들어 내는 구면파가 시간이 진행함에 따라 커져서 그 다음 파면을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 그림이 완성되거나 '정지' 버튼은 누르면 실행이 정지된다. 한편 '리셋'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모양의 파면이 초기 파동으로서 생성된다. 이때 다시 '시작'을 눌러서 호이헨스 원리에 의하여 형성되는 다음 시간의 파면을 거듭해서 보도록 하자.
sim
호이헨스-키르히호프 법칙에 의한 파면의 전파_ 오른편 아래의 '리셋' 버튼을 누르면 왼편에 새로운 형태의 파면이 만들어진다(무작위한 형태로). '시작' 버튼을 누르면 이 파면이 오른쪽으로 진행하면서 그 다음 파면을 만드는 모양을 보여준다. 호이헨스-프레넬-키르히호프 원리에 따라 파면에 수직한 방향으로의 파가 제일 강하게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