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이 좁고 긴 틈을 만들어 단색의 빛을 비추게 되면 틈의 각 부분을 통과하는 빛이 멀리 진행하면서 서로 간섭이 되어 위치에 따라 밝고 어두운 무늬가 생긴다.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좁고 길게 틈을 만든 광학장치를 슬릿(slit: 실틈)이라 한다.
슬릿의 폭이 좁다면 호이헨스 원리에 의해 그곳으로부터 거의 동일한 하나의 구면파가 생겨 나가게 되어 빛은 방사상으로 넓게 퍼지되 특이한 간섭의 무늬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슬릿의 폭이 빛의 파장에 비하여 클 때에는 슬릿을 통과하는 빛의 슬릿에서의 위치에 따라 빛의 위상이 달라지게 되어 이의 간섭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 경우는 연속적으로 위상차이가 있는 빛이 무수히 많이 합해지게 되어 이를 특별히 회절이라 하고 무늬의 형태는 간섭의 무늬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연속적인 위상차이의 빛을 무수히 합하는 방법으로서 위상자의 방법을 쓰면 매우 직관적으로 회절을 이해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틈의 폭이 인 단일 슬릿을 통과하는 빛을 보여주고 있다.
유한한 구간으로 나눔
폭을 가지고 있는 틈을 분할할 때 엄밀하게는 무한히 작은 영역으로 나누어 적분의 원리를 이용해서 각각의 파형을 합성해야 하지만 빛의 파장에 비하여 작은 폭정도로 나누어도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 위상자 방법에서는 유한 개의 위상이나 밝기가 다른 빛을 합성하는 데 직관적인 이해를 줄 수 있어서 적은 개수로부터 시작하여 개수를 늘여나가면 회절의 결과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아래 그림에서는 각 분할된 영역을 통과한 여러 줄기의 빛이 평행으로 나아가 멀리 있는(혹은 볼록렌즈에 의해 집속되어) 스크린의 한 점(중심선과 기울어진)에 모이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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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슬릿 회절에서의 틈의 분할_ 단일슬릿에서 빛이 통과하는 부분을 2~30등분으로 하여 각 부분을 통과하는 빛의 위상차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열려있는 창을 통과하는 파의 회절을 다룰때는 이를 유한한 구역으로 나누어 나중에 이 구역을 무한히 작게 줄여서 해석할 수 있다. 화면 왼쪽 아래의 두 개의 슬라이더를 통하여 틈을 분할하는 개수와 회절각을 조절할 수 있다. 회절각은 -30~30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지만 실제의 회절에서는 그 범위가 매우 좁다. 한편 화면 아래에 인접한 두 광선의 경로차를 분홍색의 선으로 보이고 있고, 이 길이가 두 광선의 위상차를 결정하게 된다.
위상자로 도해하여 합성함
앞에서 분할된 각 영역에서 나오는 각 광선이 서로 위상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서로 같은 간격으로 나누었기 때문에 각각의 광선의 세기는 서로 동일하고, 또한 인접한 광선과의 위상차이가 일정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위상자로 표현하면 모두 크기가 같고 기울어진 각도가 등간격으로 주어지게 되어 쉽게 합성을 해 낼 수 있다. 이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여 이어주면 정다각형과 비슷하게 합성됨을 알 수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0으로 표기한 것은 슬릿의 면에 수직인 평행광선으로 나가게 되어 스크린의 중앙에 도달하게되는 10개의 빛이 합성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광선이 다 같은 광학적 경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어 그 위상자를 나열하면 그림처럼 일직선이 되어 합성된 위상자는 열배의 크기를 가진다. 따라서 이 경우가 가장 극대화 되어 합성된 상황으로 회절의 중심점이 가장 밝게 빛나는 이유가 된다. 만일에 한 구간에서의 빛의 밝기를 1이라 한다면 이 빛의 밝기는 위상자의 길이의 제곱인 100의 밝기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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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차이가 각각 0, 5도인 10개의 파의 합성_
위 그림에서 5로 표기한 것은 스크린의 중앙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로 비추어지는 빛으로 10개로 분할한 각각의 빛들은 인접한 빛과 일정한 위상의 차이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그림의 경우는 인접한 빛이 5o의 위상차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위상자를 합성하면 그림처럼 5o로 자꾸 꼬부라져 휘어진 형태가 된다. 여기서 많은 수로 분할하였다면 이 위상자가 중첩된 형태는 원호가 되고 이 원호의 길이는 0o의 직선의 길이와 같을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인접한 빛이 서로 30o, 36o, 45o의 위상차를 가지고 있다. 36o의 경우는 열 개가 합성되어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모습이다. 이 경우에는 빛이 서로 모두 소멸되어 스크린에서 가장 어두운 무늬를 만들 게 될 것이다. 또한 이보다 위상이 커지게 되면 한 바퀴 돈 이후에 또다시 새로운 원호를 그리게 되어 점차 밝아질 것이다. 그러나 총 원호의 길이는 일정하므로 합성된 위상자의 크기는 앞에서의 경우와 비해 많이 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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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차이가 각각 30, 36도, 45도인 10개의 파의 합성_
합성된 결과의 밝기를 계산함
위상자 그림에서 합성된 위상자의 길이는 바로 스크린에서의 빛의 진폭이 된다. 빛의 밝기는 이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위상차에 대한 이 합성된 길이의 제곱을 그래프로 그리거나 수치로 나타내어 단일슬릿 회절을 이해하게 된다. 실제로 인접광선과의 위상차는 슬릿에서 광선이 기울어진 정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연속적인 위상자의 차이가 스크린 상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밝고 어두운 무늬로 나타나게 된다.
오른편 그림은 틈을 10개로 분할하여 점차 인접파와의 위상을 조금씩 늘여나가면서 그 합성된 빛의 밝기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그래프의 중앙에서 피크를 이루고 있는 데 이 조건은 10개의 광선이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로서 슬릿에 수직의 방향으로 서로 평행으로 나아가게 된다. 회절무늬는 이 평행광선을 볼록렌즈로 집속하고, 이의 초점면에 스크린을 설치하게 되므로 이 피크는 스크린의 중앙에 슬릿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뚜렷한 밝은 띠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래프의 가로축에 화살로 표현한 지점은 인접한 광선사이의 위상차가 각각 0도, 5도, 10도, 15도, 20도, 30도, 36도, 45도, 54도, 72도인 곳으로 36도, 72도인 경우에는 빛의 밝기는 0임을 알 수 있다.
분할 구간을 늘여 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틈을 10개 정도로 분할하여도 회절의 결과를 거의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는 분할수를 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슬릿의 틈이 빛의 파장에 비하여 훨씬 커서 10개로 분할한 경우 인접광선과의 위상차가 큰 값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분할수를 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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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슬릿 회절의 위상자 덧셈법_ 단일슬릿의 열린 틈을 분할하여 각각이 가지고 있는 위상자를 덧셈하여 합성된 파의 위상자를 붉은 색의 벡터 표시로 보여준다. 프로그램 실행시 초기에는 틈을 10구간으로 분할하였다. 열린 틈의 한쪽 끝에서 나온 파동과 다른 쪽 끝에서 나온 파의 위상차가 총위상차란 이름으로 처음에는 50도로 주어져 있고, 분할수나 총위상차는 화면의 두 슬라이더로 변경할 수 있다. 분할수를 증가시키면 각각의 화살은 거의 원호를 이루게 됨을 알 수 있다. 한편 분할수를 2개로 하면 영의 간섭의 상황이 되어 회절무늬와 확연히 다른 결과를 주게 된다. 분할수를 2, 3, 4 등으로 하여 이중슬릿, 3중슬릿, 4중 슬릿에 대한 것도 알아볼 수 있다.
단일슬릿의 경우에는 분할구간을 무한히 늘여주는 과정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의 프로그램에서 살펴본 것 처럼 분할수를 늘려주면 한 광선의 빛의 밝기는 분할수에 반비례하여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직선으로 이어주면 일정한 길이가 된다. 단일슬릿에서 중심축에 대하여 기울어진 방향으로 회절되는 빛은 처음과 마지막 광선의 위상차이는 이다. 분할수가 늘어나면 인접 광선과의 위상차는 줄어들지만 전체의 위상차는 이 값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분할수가 무한으로 늘어나게 되면 위상자를 연결시킨 그림은 원호를 그리게 되고, 이 원호의 길이는 회절각에 상관없이 일정하고 다만 슬릿의 폭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원호의 곡률반경은 원호의 처음부분과 끝부분에서의 접선이 이루는 각이 전체의 위상차 가 되도록 조절되어야 한다. 따라서 회절각이 0에서 점점 커지면 원호가 무한대의 곡률인 직선으로부터 점점 곡률반경이 줄어들어 꼬부라지다가 둘둘 말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로부터 단일슬릿 회절의 공식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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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슬릿 회절에서 무한 분할의 위상자의 덧셈결과_ 무수히 많은 위상자가 합성되면 원호를 이루게 된다. 이 원호의 길이는 위상차이가 0일 때의 길이인 의 길이를 유지하면서 원호를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 와 총위상차 로 부터 합성파의 진폭 를 구할 수 있다.
위 그림에서 위상차이가 없을 때의 진폭은 수평선의 길이로서 가 된다. 한편 회절각 θ로 회절되는 빛의 경우 총위상차는 가 되어 원호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의 접선이 이루는 각이 된다. 한편 합성파의 진폭은 그림에서 로 나타내었고 이는 그림의 직각삼각형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한편 원호의 반경 은 호의 길이가 인 것과 이는 에 를 곱한 것으로 표시된다는 것으로부터 구해진다.
빛의 밝기는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회절 관계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아래 그림은 이 결과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단일 슬릿과 스크린 사이에 렌즈로서 빛을 집속할 때 렌즈의 초점은 이고 따라서 이다. 또한 초점에서 벗어나는 거리가 커질수록 도 같이 커지는 데 가 대체로 매우 작은 값을 가지고 있으므로 근사적으로 로 놓을 수 있어 그래프의 모양과 거의 같은 형태의 무늬가 스크린에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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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슬릿 회절의 밝기 분포_ 중심의 밝기를 1로 했을 때의 밝기분포 그래프로서 중심이 가장 밝고, β=π에서 밝기가 0이 되는 지점이 나타난다. β=1.43π 부근에 2차 밝은 무늬가 나타나는 데 그 밝기는 0.047이다. 다음 β=2π에서 다시 밝기가 0이 되고, β=2.46π 에서 3차의 밝은 무늬가 나타나는 데 그 밝기는 0.017 이다. 그래프 위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값을 표시해 준다. 한편 그래프 아래에 회절무늬를 나타내었는 데 2차 이상의 무늬는 상대적으로 중심에 비하여 훨씬 어두워 정상적인 노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노출을 조절하여 어두운 무늬를 밝게 하여 관찰해 보자.
스크린상에서 광축이 만나는 초점과 슬릿이 나란한 방향으로 긴 띠가 형성되는 데 그 중심이 제일 밝고, 점차 가장자리로 갈수록 어두워지다가 가 되는 위치에서 밝기가 0이 된다. 다시 가 증가하면 서서히 밝아져서 주변에서 2차 피크가 형성되고 다시 어두워진다. 이렇게 하여 3차 피크는 , 4차 피크는 에서 형성되고 피크의 밝기는 가장 밝은 중앙에 비하여 0.047, 0.017, 0.008 로 점차 어두워진다. 이렇게 2차, 3차 등의 피크가 나타나는 것은 회절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차수가 증가할수록 점점 어두워진다. 이는 차수에 관계없이 피크의 밝기가 대체로 일정하게 나타나는 간섭무늬와의 결정적인 차이를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