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알아본 것처럼 방해석 같은 단축성 결정은 하나의 광축을 가지고 있다. 이 결정 속을 빛이 진행할 때에는 다른 복굴절 물질처럼 편광상태에 따라 두 가지의 다른 속도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보다 일반적인 쌍축성 결정에 비해서 그 양상이 단순하여 광학기기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단축성 결정의 정상광선의 굴절률(정상굴절률) no와 이상광선의 굴절률(이상굴절률) ne를 다음 표에 나타내었다.
여러 단축성 광물질의 굴절률
결정
no
ne
전기석
1.669
1.638
방해석
1.6584
1.4864
석영 (SiO2)
1.5443
1.5534
얼음
1.309
1.313
금홍석 (TiO2)
2.616
2.903
이들 중에서 방해석(calcite)은 정상과 이상의 두 굴절률이 크게 차이나고, 또한 자연에서 광물질로 두루 채취되므로 편광과 관련된 광학기기에 중요하게 쓰인다.
단축성 물질에서 광축에 수직한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광선인 경우 편광방향에 따라 진행속도가 크게 차이나는 두 가지 값을 갖는다. 이 경우 비스듬한 방향으로 선편광되어 두 가지 속도의 편광이 중첩된 광선을 입사시키면 어떻게 될까? 이의 두 성분이 결정 속을 진행할 때에는 각각 진행속도가 달라져서 결정 밖을 나올 때에는 둘이 위상값을 달리 가지게 되고 이에 따라 편광상태도 다르게 바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광학기구를 위상지연판(phase retardation plate)이라 한다. 위상지연판에서 빛의 속도가 빠른 편광방향을 빠른축(fast axis), 이에 수직한 축으로 빛의 속도가 느린 편광방향을 느린축(slow axis)라고 한다. 예를 들어 단축성 음성의 물질의 경우 광축이 빠른축이 되고 이에 수직한 축이 느린축이 될 것이다.
아래 그림은 단축성 결정으로 만든 위상지연판의 원리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결정의 광축이 빠른축으로서 x축으로 주어져 있어 이 방향으로의 편광에 대한 굴절률이 nx=ne=1.5, 이에 수직한 축이 느린축인 y 방향으로 이 편광 광선에 대한 굴절률을 ny=no=2.0으로 한 가상의 광물질이다. x, y 두 편광 성분을 같은 크기와 위상을 갖는 광선, 즉 45°로 선편광된 광선을 물질 속으로 진입시키면 두 성분은 각기 진행속도가 달라져서 물질의 두께에 따라 위상차가 생겨나서 다른 편광상태가 되어 물질을 빠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sim
위상지연판의 원리_ x 축으로 편광된 빛에 대한 굴절률은 nx=1.5, y 축으로는 ny=2.0인 가상의 복굴절 물질에 45°로 편광된 빛이 오른쪽 즉 z축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복굴절 물질은 z=50에서 시작하며 이곳에서부터 x편광과 y편광의 진행속도가 달라진다. 물질에 수직으로 입사한 빛은 물질내부에서 편광상태가 연속적으로 변하면서 오른쪽으로 물질을 빠져 나온다. 이때 아래 '두께'라고 표시한 슬라이더를 조절하여 물질의 두께를 변경할 수 있어 위상지연판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 편의상 그림에서는 매질의 경계면만을 나타내었고 그 경계에서의 빛의 전기장의 방향을 붉은 화살로 표시하여 들어가는 빛의 편광상태와 나오는 빛의 편광상태를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x, y 두 방향으로의 전기장의 진동을 푸른색과 청록색의 화살로 나타내어 물질 속에서 두 성분이 어떻게 위상이 차이 나는지를 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합성파 보기'를 선택하면 전기장의 진동이 녹색의 화살로 표현되어 편광상태를 직접 보여주게 된다. 그림에서 두께나 파장을 변화시키면서 빠져나오는 빛의 편광상태를 잘 관찰해 보자.
1/4파장판(사분파장판)
앞 프로그램에서 처음에 주어진 값대로 두께를 100, 파장을 200으로 하면 복굴절 물질 오른쪽으로 빠져 나오는 빛의 편광상태가 원형편광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x 방향과 y 방향의 두 편광 광선의 위상차가 얼마나 나는 지를 계산해 보자. 물질 속에서의 파장은 x 편광의 경우 2001.5이고 따라서 두께 100 속에는 100200/1.5=34개의 파가 들어 있어 이 물질을 통과하면서 얻게 되는 위상은 32π (270°)이다. 비슷하게 y 편광의 경우에 얻는 위상은 2π(360°)가 되므로 x 편광이 12π (90°) 앞서게 되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왼원편광의 광선을 만들게 된다.
12π의 위상차는 파장으로 환산하면 14 파장이 되어 이를 1/4파장판(quarter-wave plate) 혹은 사분파장판이라 한다. 이 파장판은 언제나 원편광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입사하는 빛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편광상태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입사하는 빛이 x축에 대해 -45° 기울어져 있다면 오른원편광이, 임의의 각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x와 y의 두 편광 성분의 크기가 달라져서 타원편광이 만들어진다. 또한 위 프로그램에서 시간의 진행을 거꾸로 생각한다면 왼원편광의 빛이 선형편광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진공에서의 파장이 λ0이고 두께가 d이라면 위상지연값(phase retardation)은 Γ=2πλ0d|no−ne|=2πλ0d(ns−nf) 이다. 여기서 ns는 느린축(slow axis)의 굴절률, nf는 빠른축(fast axis)의 굴절률로 각각 no,ne 중 큰 값, 작은 값이다.
반파장판
프로그램에서 앞의 1/4파장판의 두 배의 두께인 200으로 하고 파장은 200 그대로 두면 이 위상지연판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때의 위상차이는 π (180°)로서 파장으로 환산하면 12 파장, 즉 반파장이 된다. 이를 반파장판(half-wave plate) 혹은 1/2파장판이라 한다.
이 파장판은 앞 프로그램에서처럼 45°로 선편광된 빛이 들어오게 된다면 -45°로 선편광된 빛이 나가게 되고, 왼원편광의 빛이 들어온다면 오른원편광이 된다.
전파장판
위상지연이 360°로 일어난다면 두 편광상태가 한파장 차이로 들어오므로 다시 위상이 일치하게 된다. 이를 전파장판(full-wave plate)이라 하는 데 실제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상차는 파장에 반비례하므로 비록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파장판을 비롯해서 모든 파장판은 특정한 파장에서만 그 기능을 하게 된다. 만일 이러한 전파장판 앞뒤에 서로 직교하는 선편광판을 설치해서 백색광을 통과시킨다면 전파장판의 특정 파장에 해당하는 빛은 완벽하게 제거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를 색위상지연판(chromatic retarder)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