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가 소속된 원자를 옮겨서 각각이 음과 양의 이온이 되어 결합하는 형태가 이온결합이라면 바깥 껍질의 전자가 두 원자 모두에 속하면서 둘을 결합시키는 것이 공유결합(covalent bond)이다. 이온결합이 금속과 비금속의 결합이고, 주로 결정을 이루는 것과 달리 공유결합을 하는 원자들은 거의 제한이 없으며 매우 많은 종류의 분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공유결합은 이온결합보다 더한 양자역학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두 원자가 가까이 접근하고, 이들 사이에 전자가 있는 양자역학적인 상태의 에너지가 둘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비교하여 작기 때문이다.
H2+의 예
공유결합을 하는 대표적인 분자가 수소, 산소, 질소 등 같은 원자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이들의 결합은 하나가 음이온으로 다른 하나가 양이온으로 되어 결합하는 이온결합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수소 분자의 전자하나가 결핍된 H2+은 오직 양성자 둘이 하나의 전자에 의해 연결되어 있어 공유결합의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모형이다. 이를 고전적으로 해석하면, 가운데의 전자가 양 쪽에 양성자를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즉, 기본적으로 서로 밀어내는 양성자 끼리가 전자를 매개로 하여 묶여 있는 것이다.
H2+의 두 핵이 R 만큼 떨어져서 정지해 있고 하나의 전자가 있는 상황을 생각하자. 이 전자는 두 핵이 만드는 정전퍼텐셜에 놓여 있다. 다음 그림은 전자가 느끼는 퍼텐셜에너지가 두 핵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원점을 중심으로 양쪽 핵 주변의 파동함수가 서로 대칭인지 반대칭인지에 따른 에너지 고윳값을 ES,EA로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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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의 퍼텐셜_ H2+에서 수소 원자의 핵이 R 떨어져 있을 때의 퍼텐셜에너지와 이의 에너지 고윳값을 나타낸다. 두 핵이 멀리 떨어졌을 때의 파동함수가 대칭이냐, 반대칭이냐에 따라 에너지 고윳값이 달라진다.
두 원자핵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전자는 단 하나의 핵에 의한 것과 같은 상태에 있을 것이다. 단 전자가 하나 뿐이므로 전자가 양쪽 핵에 동등한 확률 1/2로 존재하고, 아울러 이의 고유에너지는 수소원자의 바닥상태 -13.6 eV 와 같다. 양쪽에 존재하는 확률이 같으므로 각각의 파동함수는 대칭(ψS)이거나 반대칭(ψA)으로 주어질 수 있어, 이 상태 그대로 거리가 줄어들 때에 취하는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즉 대칭인 경우 R=0 이 되면 수소원자의 1s와 같은 상태로 오직 핵의 전하가 +2 가이어서 고유에너지가 -13.6 eV x 4 = -54.4 eV 로 된다. 반면에 반대칭인 경우에는 두 원자가 접근함에 따라 중앙에는 서로 상쇄되어 양쪽에 파동함수가 반대부호로 뿔을 형성하게된다. 이는 수소원자의 2p 상태와 같을 것이다. 이때에는 n=2의 상태로 에너지는 1/4 이 되지만 역시 핵의 전하가 +2 가 이므로 에너지가 -13.6 eV 가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대칭인 경우에는 핵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점진적으로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게 되나 반대칭인 경우에는 별반 변화가 없을 것이다. 위 그래프의 녹색과 심홍색의 수평선이 이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자의 역할만 고려하면 대칭이든 반대칭이든 분자를 형성할 것 같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핵은 양전하를 띠고 있고, 이들이 서로 가까이 접근하면 밀어내는 힘이 점점 커진다. 즉 둘 사이에 정전 반발력이 존재하여 퍼텐셜에너지가 점차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정전반발력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은 대칭인 경우 밖에 없다. 둘 사이에 적절히 타협한 거리로 두 원자가 놓이게 되는 데 이 거리는 약 0.106 nm 이고, 결합에너지는 2.65 eV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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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사이의 거리에 따른 H2+의 에너지_ 수소 분자의 + 이온이 형성되는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으로 두 원자핵 사이의 거리에 따라 전자의 에너지 준위와 양성자 끼리의 반발력의 퍼텐셜에너지를 같이 나타내고 있다. 전자의 파동함수가 두 원자핵의 중앙을 기준으로 대칭인 경우와 반대칭인 경우에 대해 양자역학적인 에너지 준위를 구해서 각각 ES와 EA로 나타내었고, 양성자의 반발력에 의한 퍼텐셜에너지를 합해서 EtotalS와 EtotalA로 나타내었다. 이러한 분석으로 대칭인 경우 R=0.106nm에서 -16.3 eV 의 에너지를 가진 것이 되어 멀리 떨어져서 결합을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약 2.7 eV의 이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반대칭인 경우 둘이 가까워질수록 전자의 에너지는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는 하나 양성자의 척력을 이기지 못해서 결합을 할 수 없다.
수소 분자의 경우
수소 분자는 H2+에 하나의 전자가 추가 된 것이다. 추가되는 전자 또한 대칭의 파동함수로 H2+를 형성하는 전자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결합이 더욱 강력해 질 것이다. 그러나 전자끼리의 반발력이 생겨나기 때문에 H2+의 결합에너지의 두 배보다는 작은 4.5 eV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