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르발스 힘은 분자간의 거리가 일 때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되도록 그 거리보다 멀어지면 당기는 힘이, 가까워지면 밀어내도록 작용한다. 그러나 당겨주는 힘은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하게 줄어들어 분자의 규모 몇 배 정도에서 거의 힘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분자의 밀도가 작거나 온도가 높으면 이상기체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다.
이제 계의 온도가 점점 낮아져서 계의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면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부근으로 유지되는 보다 안정된 상태로 가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 분자가 차지하는 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인접한 분자와 자리바꿈 정도의 변화만이 일어나는 엉킨 상태가 된다. 분자끼리의 거리가 비교적 일정하여 압력에 따른 부피의 변화가 거의 없고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상태를 액체(liquid)라고 한다.
액체는 비록 분자간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기체에 비하여 밀도가 훨씬 크지만 각각의 분자가 비교적 큰 값의 내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끊임없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또한 그것을 담는 용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기체와 비슷한 성질도 가지고 있다. 기체나 액체가 가지고 있는 유동성 때문에 이들을 통틀어서 유체(fluid)라고 하나 둘의 열적인 성질은 크게 다르다.
한편 액체 상태에서 더 온도를 내리면 분자들의 내부 에너지가 더욱 줄어들어 분자간의 거리가 가까이로 유지되고 분자들의 상대적인 위치가 고정된 고체(solid) 상태가 된다.
아래 프로그램은 판데르발스의 힘이 작용하는 입자 7개로 기체, 액체, 고체의 상태를 그런대로 흉내 내고 있다. 온도 값을 변화시켜서 이러한 각 상태가 이루어지는 것을 잘 살펴보자.
물질의 상태변화_ 7개의 동일한 입자가 용기 속에 들어 있다. 입자들은 서로 판데르발스 힘을 받고 있으며 주어진 온도의 열원에 접촉하고 있어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temperature'의 슬라이더를 움직여서 온도를 5 ~ 150 사이로 변경할 수 있는 데 이때의 온도는 임의의 눈금을 하고 있다. 온도를 서서히 내려주면 입자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위치만을 바꾸게 되는 액체의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온도를 더 내려주게 되면 입자의 상대적인 위치를 바꾸지 않는 고체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온도를 이리저리 변경시켜서 기체↔액체↔고체로 변화되는 것을 관찰해 보자.
판데르발스 상태방정식에 의한 P-V 도표에는 물리적이지 못한 영역이 있다. 임계온도 미만의 온도에서는 부피가 줄어드는 데 압력도 덩달아서 줄어드는 음의 압축성을 가진 영역이 그것이다. 두 개의 상이 공존한다는 착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고 이로부터 상전이 현상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맥스웰 작도(Maxwell construction)라 불리우는 이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아래 그림에서 A로 표시한 지점에서부터 B 지점 사이의 상태는 A, B 두 상태 상(phase)이 공존하고 있다. 즉 고도로 응축된 상태, 즉 액체 상(liquid phase)인 A와 입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운동하는 기체 상(gas phase)의 B는 압력이 동일하나 차지하는 부피가 크게 차이난다. 계가 둘 사이의 부피를 차지하고 있을 때에는 판데르발스 상태에 따르는 것보다 A와 B가 거시적인 규모에서 섞여 있는 것이 열역학적으로 더 선호되는 상태이다. 이에 대한 해석에는 자유에너지(free energy)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여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에 의하면 그림에서 녹색으로 표시한 면적과 청색으로 표시한 면적이 일치하는 조건에서 A, B 두 지점, 즉 상전이가 일어나는 압력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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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르발스 P-V 도표에서의 상전이_ 처음에 나타나는 그림에서 온도 의 등온선이 붉은 색의 선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서 부피가 줄어들어 B에 이르게 되면 이때부터는 원래의 판데르발스 상태를 따르지 않고 같은 압력을 유지하면서 A 상태가 조금씩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부피가 줄어들어 A 상태로 되면 이제 모든 분자는 매우 가까운 거리로 응축된 액체상태로 되어 상전이가 완료된다. A-B 사이에서는 보통의 기체와 액체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화면 아래의 슬라이더로 온도를 변화시키면 이에 대한 등온선을 보여준다. 온도가 1, 즉 임계온도를 넘어서면 이러한 상전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그림에서 A, B 두 지점에서 물질의 상태가 액체에서 기체로, 기체에서 액체의 변화가 시작되는 데 이것을 각각 기화(vaporization)와 액화(liquefaction)라고 부른다.
위 그림에서 B 지점으로부터 아주 서서히 부피를 줄이면 원래의 판데르발스 곡선을 한동안 따라서 압력이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데 이때 약간의 요동을 주게 되면 액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게 된다. 이 현상을 과냉각(supercooled)이라 한다.
기체, 액체, 또한 고체의 상태변화에 대해 편리하게 표시하는 것으로 상도표(phase diagram)가 있다.
상도표는 아래 그림과 같이 보통 온도에 대한 압력의 그래프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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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표_ 물질의 세 상태 사이의 변환관계를 보여주는 상도표이다. C로 표시한 임계점 이상에서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없어진다. 노란색과 녹색, 하늘색을 표시한 각각의 경계는 두 상태가 공존하는 영역이다. 한편 T로 표시한 삼중점에서는 세 상태가 공존하게 된다. 액체와 고체의 경계가 그림에서처럼 왼쪽으로 기울어진 경우는 물의 경우로 거의 모든 물질은 이와는 달리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림에서 나타낸 것처럼 기체, 액체, 고체로 서로 변하는 과정에는 앞에서 설명한 기화와 액화 외에 용융(melting), 응고(freezing), 승화(sublimation), 증착(deposition) 등이 있다.
그리고 특별한 온도로서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없어지는 임계점과 액체, 기체, 고체가 공존하는 삼중점(triple point)이 있다. 물의 경우 이 삼중점의 온도는 0.0098 °C, 압력은 4.58 torr이다.